프로필   자유게시판   MUSIC   POETRY   포토에세이   나의갤러리   초대갤러리   가족갤러리   방명록   링크홈 
2023년 02월 07일 화요일        ♤ 우리의 타관은 아직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로그인 | 접속 오늘 16 / 전체 116,880

로그인
아이디
비밀번호



Home > POETRY
홀로서기 / 서정윤 | POETRY 2005.01.06 15:43:52
mizzshin 


홀로서기 

        [서정윤]


둘이 만나 사는 것이 아니라

홀로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로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total_page : 16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날짜 조회수
16 저녁무렵 / 황동규 한국남자 2005.07.04 1523
15 빗방울, 빗방울들 / 나희덕 한국남자 2005.06.27 1448
14 내 마음의 비무장지대 / 최영미 [2] 한국남자 2005.06.15 1477
13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로미오킹 2005.05.18 1459
12 어떤날에는 / 김경미 로미오킹 2005.05.12 1650
11 사라지는 존재의 가벼움 / 윤국태 한국남자 2008.03.06 1720
10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 문향란 mizzshin 2005.01.14 1871
9 둘이서 하나의 꽃으로 / 김숙경 mizzshin 2005.01.12 1769
8 수선화에게 / 정호승 mizzshin 2005.01.11 1062
7 너를 위한 기도 / 문향란 mizzshin 2005.01.07 1141
홀로서기 / 서정윤 mizzshin 2005.01.06 1098
5 우리, 비루/悲淚 한 슬픔의 종영을 / 백은숙 mizzshin 2004.12.13 1037
4 이기적인 슬픔들을 위하여 / 김경미 mizzshin 2004.12.13 1113
3 나목의 시 / 김남조 mizzshin 2004.12.13 1180
2 어제 / 박정대 mizzshin 2004.12.13 983
1 타관(他關)의 햇살 / 홍윤숙 mizzshin 2004.12.13 835

1
이름 제목 내용

Copyright (c) Mizzshin 2004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