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름, 혹은 같음/ 배찬희




늘 등 뒤에서 누가 불러요.
환청(幻聽)은 아니지요
돌아보니, 유난히 가지런한 이빨을 드러내고
치약 거품처럼 하얗게 웃고 있네요.
이정도면, 환형(幻形)은 더욱 아니지요
나도 몰래 취한 듯 마주보고 웃다가
웃다가, 잠시 눈 부비고 나니
아, 그 사람 사라졌네요.
분명 낯익은 얼굴인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우리 언젠가, 어디선가
분명 마주한 적 있는데…….
그래, 그 사람 바로
눈이 닮아 슬픔도 닮아버린
같음이 주는 편안함 있네요.
하지만, 흡-하는 들숨에 함께 날아 온 향기
나를 마구 흔들어 대네요.
갓 구운 빵처럼 도무지 내 오감(五感)을 거둘 수 없네요.
그 사람, 분명 나와는 너무도 다른
식물성 향기 폴폴 풍기네요.
다름이 주는 설렘
아, 이것이 바로 사랑이군요!
늘 내 앞에서 웃고 있지만
등 뒤에서 울고 있는 사람
편안함과 설렘을 나란히 올려놓고
오를락, 내릴락 시소를 타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