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날리는 먼지를 닦으며 잠시도 쉬지 않는 입술이 말한다.
봄이 왔나 봐!
고개를 드니 창으로 따뜻한 햇볕 한 광주리 쏟아진다.
따뜻한 것이 그리운 이 시점에 더없이 반가운 선물이다.
몸도 마음도 지금은 코너로 몰려 힘들기만 했는데,,,

겨울이 정말 가려나 보다.
그리고 이내 봄이 오려나 보다.
봄의 기운을 느끼며 살짝살짝 드러내고 있는 나뭇가지의 새순에서...
취학통지서 받고 입학생보다 더 가슴 부풀어 있는 예비학부형인 이선생님의 얼굴에서...
새 학년, 새 학기를 앞둔 아이들의 부푼 가슴에서
또 다른 봄의 설렘을 기대하는 내 마음에서
그것은 이미 확증된 사실이다.

그래서 바쁘고 그래서 민감해진 생활이라면 무조건 감사하련다.
최근 가슴 움츠러들게 했던 어느 선생님이 흘린 말도...
오래 자리 잡고 앉아있는 눈 주위의 뾰루지도...
그냥 그냥 다 여분의 여유로 생각하련다.


아, 새봄이 되면?
그러고 보니 새로 시작해야 할 일이 너무너무 많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접고 있었던...
어느덧 만 1년이 된 학원생활에는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으며
가장 어렵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는
쉽게 오고 갈 수 있는 다리가 있어야 한다.
꿈속에서 잠시 흔들렸던 거라면 그저 꿈으로 여기고
잊어야 할 거라면 과감히 잊고
떨치지 못하는 거라면 그냥 그대로 가슴에 묻어두는
그러그러한 정리의 시간이 바로 지금이다.

그것을 위해 애쓰기 전에 버리는 연습을 하자.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자.
비우면 또 다른 것으로 채워지겠지만
적어도 아름다운 것들로 차고 넘칠 수 있도록 넉넉하게 비우자.
절망은 버리되 희망은 끌어안고
슬픔은 버리되 기쁨은 걸어두고
미움은 버리되 사랑은 쉬지않고
작고 아름다운 반항 끊임없이 시도하자.


햇살이 한참이나 머물다 지나갔다.



2005. 2. 20





음악 : 햇살 가득하던 날 / 심태한 출처 : flaresoft.mill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