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mizzshin.com/ > 나의갤러리

프로필

자유게시판

MUSIC

POETRY

포토에세이

나의갤러리

초대갤러리

가족갤러리

방명록

링크홈

2025년 05월 10일 토요일

♤ 우리의 타관은 아직 빛나는 햇살 속에 있다.

로그인 | 접속 오늘 6 / 전체 129,562

-->

Home > 나의갤러리

작성자 : 한국남자

어떤 노을

연천 Broken Bicycles(Junk) - Anne Sofie von Otter & Elvis Costello

똥풀 2005-01-08 12:41:33

미루나무 마른 가지 저 너머
치마폭 가득 찬바람을 가두고
까맣게 여물은 콩 다발 머리에 이고
종종걸음 세월을 넘던 늙은 엄마
가쁜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허리춤 깊이 숨겨둔 설움을 꺼내 마당 가득 펼쳐놓고
내려치던 도리깨질에 놀라
콩 껍질처럼 날아 몸을 숨기던 어린 시절 한 장면이
문득 가슴을 헤집고 다가옵니다.
어둠에 뒤덮인 늙은 엄마의 묵정밭 위에
후줄근한 흔적과 상처를 쌓아 놓고
세월은 훨훨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꺼칠해진 일상과 골 깊은 이마에 새겨진
무수히 많은 인연이 붉게 타오르고
매캐한 연기 속에 묻어있는 그리움을
가슴깊이 호흡합니다.
바삭 마른 영혼에 붉은 칠을 하고
노을 속에 파묻혀 작아진 한 남자가
쓸쓸한 중얼거림에 흠뻑 젖은
붉은빛으로 써내려간 부적을 끌어안은 채
어두운 풍경 속으로 뛰어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