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민속 5일장]

매월 2,7,12,17,22,27일은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온 강화장이 서는 날이다. 
읍 시가지에 있던 장터가 1993년 12월 지금의 동락천 복개부지로 옮겨졌다. 
강화군에는 강화장을 비롯해서 교동장, 내가장, 양도장, 온수장 등이 있었다. 
교통과 산업의 발달로 장터는 사양길로 접어들어 해체되어 갔고 현재 남아 있는 곳은 강화장과 온수장이다. 
2001년 9월 상인들이 내가장과 화도장을 부활시켜 활동하고 있지만 장터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거래가 미미하다. 
장터 규모나 내용을 살펴보면 강화장이 단연 장터다운 면모를 갖추고 있다.  








강화에서는 고려가 천도를 한 이후 시장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때 외국 무역의 주요 품목이었던 직물과 화문석, 도자기 등이 고려가 환도한 이후에도 계속 만들어졌다. 
일제 때 조직되었던 상인 조합이 다른 지역에서는 해체됐지만 '강화산업조합'은 최근까지 유지되어 왔다. 





강화장이 열리는 시각은 계절에 따라 다른데 대체적으로 오전 8시에 시작해서 여름에는 오후 7시, 겨울철에는 오후 5시쯤 파장한다. 
지금은 집산물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불과 3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강화읍 사람들은 물론 선원면, 불은면, 양도면, 양사면, 하점면, 
송해면, 그리고 김포군 주민까지 강화장터로 일을 보러 올 만큼 대성황을 이루었다. 





1960년대 후반까지 강화도에서는 이 장 저 장을 옮겨다니는 보부상들에 의해 5일장이 섰다. 
예로부터 우리 나라 상인은 보통 좌상과 행상으로 나뉘어져 왔다. 
행상에는 육상과 수상이 있었는데 육상이 곧 보부상이다. 
보부상은 부피가 작고 값이 비싼 물건을 파는 보상(褓商)과 부피가 큰 것들을 취급하는 부상(負商)을 아우르는 말로써 봇짐 장수와 
등짐 장수를 가리킨다. 
장사하는 동안 객지로 나다니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보상은 황아장수, 장돌뱅이, 장돌림 등으로 불려졌는데 그들은 
참빗·댕기·노리개·비녀·족집게·연지함·분통·염낭 등을 보자기에 싼 후 멜빵을 사용해서 가지고 다녔다. 
장터마다 처자를 데리고 다니던 부상은 토기·생선·소금·목기 등을 비롯해서 식생활에 쓰이는 일용품과 도구들을 지게로 운반했다. 
삼국시대부터 형성된 그들 조직세계는 규율과 예의, 상호 부조의 정신이 강했다. 
그들은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정직하고 검박한 생활을 상업정신의 근간으로 삼았는데 시장에서 강매하다가 발각되면 처벌로 
볼기 30대를 쳤을 만큼 규약이 엄했다. 
더 많은 이익을 내려고 속이는 일이 없었고 상하서열을 엄격히 지켰으며 애경사에 적극 참여하여 동료애를 돈독히 했다. 





1960년대에 이르러 강화장터에는 상설 점포가 점차 늘어갔다. 
사람들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내려가는 동락천 기슭에다 나무 기둥을 박고 판자로 벽을 친 다음 지붕을 덮어 가게를 지었다. 
지금의 '삼천리자전거'에서 시작한 점포는 읍내까지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강화시장은 동락천을 사이에 두고 윗장판(상시장)과 아랫장판(하시장)으로 나뉘어진 가운데 새시장, 가축시장 등으로 형성돼 있었다. 
이화직물 아래에 있던 농협을 중심으로 점포가 들어선 윗장판에서는 포목과 곡류가 거래됐고 방앗간이 몇 군데 있었다. 
아랫장판에서는 의류, 채소, 수산물, 과일 등을 취급했는데 강화연안에서 잡은 조기·홍어·넙치·민어·밴댕이·숭어·농어·칼치·
도미·새우·꼴뚜기·꽃게 등과 백합·맛조개·대합·홍합·가무락 등의 조개류가 어물전에 진열됐다. 
아랫장판 서쪽에 위치한 새시장에서는 주류를 팔았고 화문석과 같은 특산물이 매매됐다.





1970년대 초에는 강화시장이 완전한 상설시장 체제를 이루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점포 주인과 장날 객지에서 들어오는 보부상, 그리고 직접 재배한 채소류를 가지고 나와서 노상에다 좌판을 벌이던 
지역 주민들 사이에 알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사유로 군청에 진정서가 들어갔고 군청에서는 노점을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상인들 사이에서 갈등은 계속 일어났다. 





그러던 중 군청에서 1993년 12월 동락천을 복개한 후 5,421㎡의 부지에다 가건물을 짓고 노점상의 입주를 주선했다. 
그로 인해 강화시장 상권은 읍 시가지와 신버스터미널 지역으로 양분되었다. 
현재 복개부지에는 가건물 2동이 있다. 윗쪽 건물에는 시장번영회원 136명이 '풍물시장' 간판을 달고 입주해 있고 
아래쪽 건물에는 상우회원 182명이 점포를 열어놓고 있다. 
포장마차 회원 22명이 가건물 한쪽으로 길게 늘어선 가게에서 막걸리와 순대 등을 판다. 
그리고 저 옛날 강화시장의 대명사였던 민속장터가 두 가건물 사이에 있는 작은 공터를 배정받아 보부상의 후예인 62명의 상인들이 
근근히 5일장을 꾸려가고 있다. 


강화 민속 5일장은 유서깊고 전통있는 재래시장이다. 
전통적인 민속문화가 사라져가는 이즈음 서민의 삶이 살아 숨쉬고 있는 현장이어서 보존할 만한 가치가 높다고 본다. 

우리가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고 현대적인 것을 추구하며 뛰어오던 사이 전국의 5일장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러한 추세 속에서도 불행중 다행으로 강화 민속 5일장은 없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삶의 활기가 넘쳐나던 예전 장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쇠락해 있다. 
장터는 서민의 애환과 역사와 꿈이 배어 있는 곰삭은 공간으로서 우리가 계속 이어나가야 할 소중한 민속문화 중의 하나이다. 
상인들이 물건을 팔고 그것을 사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장터는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장날 장터로 나와서 그저 구경만 하고 가더라도 그들은 모두 우리 문화 '지킴이'의 역할을 하는 것이 된다. 


강화는 역사.문화의 고장답게 이름난 8경이 있다.
단군의 세아들이 쌓았다는 삼랑산성안에 자리잡은 전등사, 외포리에서 뱃길로 15분 거리에 있는 보문사, 
물 흐르는 모습이 제비꼬리를 닮았다는 연미정, 갑곶돈대, 마니산, 광성보, 초지진, 낙조와 진달래가 장관인 고려산 적석사 등이 그것이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방을 골라 하룻밤 묶고 이 모두를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강화군 향토지적재산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