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저녁의 길 위에서 제 그림자를 거두어들인다.  
         희망은 점점 두툼한 어둠을 껴입고 야위어간다.  
         아득한 거리의 소음처럼 스며 들어온 말씀들. 부랑자처럼, 모든 사물들의 속에서 잠이 들고 
         맑은 돌에 아침이슬이 들면 그 돌 속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는 저 세월의 노래들.  
         한때 정신의 부랑마저 기꺼이 받아들였던 것, 그 젊음인 것들.  
         그렇게 누군가 쓸쓸한 저녁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여기저기서 굴러다니는 낙엽의 앙상한 잎맥처럼 거리에 서 있곤 했다.   
         목적지 없는 어느 늦은 시간 무작정 내 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그토록 나는 어느새 황량하게 멈춰
         버린 어느 낯선 저녁 앞에 도착하게 되는 것이었다.  
         해가 지자 그대로 그 붉은 빛에 흠씬 젖어들어 해 끝까지 갈 수만 있다면 저 햇살이 지는 곳까지 
         달려가고자 했던 그런 기억들만을 붙들고 다시 내몸이 이끌어 당도한 이곳은 어디인가.
         빈 버스를 잡아타고 공허함을 달래려던  무모한 시간들은 어디서쯤  제 스스로의 죽음을 준비할까.  
         나는 나의 노트를 기록하면서  비밀스런  존재의 내밀한 심연의 끝까지 내려가고자 했으나 
         불가해한 세계의 바닥 없는 추락은 걷잡을수 없이 내육체를 시퍼렇게 멍들게 했다. 
         심연이란 나에게 있어 구체적인 그리움의 대상으로 종종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체온을 나눌수 있는 따뜻한 소통, 사물의 본래성으로의 회복, 자유로운 몽상, 
         단어와 단어 사이 행과 행 사이가 서로서로 길항하며 폭발하는 팽팽히 긴장된 언어의 운행…. 
         그러나 그토록 경멸했던 무감감각한 의식은 제커다란 입을 쩌억 벌려대며 오히려 나를 아귀아귀 
         먹어치우고 있었던 것이다. 
         번잡한 도시의 길거리를 배회 하며 덧없이 흘러내린 욕망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하고  무릎은 깨졌으며 
         이마는 찢어지고 바지는 빗물에 흠뻑 젖은채로 내가 꿈꾸었던 것들은 한없이 이완되는 흐릿한 의식속에서 
         점차 요원해질 수밖에 없었다. 
         나는 치열함을 가장하며 나날을 허비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한 줄의 글도 쓸 수 없었다.   
         ……무섭도록 견뎌내는 삶,  가볍게 튀어오르는 공기 같은 삶을 나는 얼마나 원했던가. 
         하염없어라.  이렇게 불안한 공기들에게, 축축한 바닥에 쓸쓸히 외치고 다니며 저녁 늦게서야 흙으로
         제 육체를 돌려보내는 나뭇잎들을 멍하니 지켜보기도 했다. 
         나는, 사랑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아파오기 시작했다.   

























             Cirque du Soleil Alegria - Vai Vedrai